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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음악

영화속 전통 악기-코토, 얼후, 타블라, 젬베, 비올라 다 감바

by taegupil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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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시각과 청각을 통해 문화적 맥락을 전달하는 중요한 예술 매체입니다. 특히 전통 악기는 영화 속에서 배경음악 이상의 존재로, 극중 인물의 정서나 시대적 분위기, 혹은 특정 문화의 정체성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각국의 영화에 등장한 대표적인 전통 악기와 해당 악기를 연주한 인물, 그리고 그 악기가 지닌 문화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라스트 사무라이’ - 일본 전통 현악기 ‘코토’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2003)’는 일본 메이지 유신기를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로, 전통과 근대의 충돌을 주제로 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주인공 네이선 알그렌(톰 크루즈 분)은 일본 사무라이 마을에서 타카(코유키 분)가 연주하는 코토(Koto)의 선율을 듣게 됩니다. 코토는 일본의 전통 현악기로 13줄을 갖춘 긴 형태의 악기이며, 손가락에 집게손톱 모양의 피크를 끼고 연주합니다. 이 장면은 알그렌이 일본 문화를 이해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의 상징으로, 정적인 코토의 음색은 전통문화의 깊이와 조화를 잘 표현합니다. 코토는 영화의 배경뿐 아니라 인물의 심리 묘사에도 중요한 음악적 장치로 활용됩니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포스트 이미지

2. ‘연주가 끝난 후’ - 중국 전통 현악기 ‘얼후’

중국의 드라마 영화 ‘연주가 끝난 후(After the Rain, 2017)’에서는 중국 전통 악기인 얼후(Erhu)가 영화 전반에 걸쳐 주요 소재로 사용됩니다. 얼후는 두 줄로 구성된 활로 연주하는 악기로, 슬프고 감성적인 음색이 특징입니다. 주인공 장이(쉬웨이저우 분)는 얼후 연주에 몰두하며 음악학교에서 경쟁과 갈등, 자아 발견을 경험합니다. 영화 후반 장이가 혼자 무대에서 얼후를 연주하는 장면은 극의 클라이맥스로, 전통 악기를 통해 인물의 성장과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뛰어난 연출이 돋보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실제 얼후 연주자가 배우의 연주를 지도하며 사실성을 더했으며, 얼후가 지닌 중국 문화의 상징성과 예술성도 강조됩니다.

3. ‘천년의 사랑’ - 인도 전통 타악기 ‘타블라’

‘천년의 사랑(Jodhaa Akbar, 2008)’은 인도 무굴 제국 황제 아크바르와 힌두 라지푸트 공주 조다의 결혼을 다룬 역사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도 전통 악기가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타블라(Tabla)는 인도 고전 음악에서 중요한 리듬 악기로 자주 활용됩니다. 타블라는 두 개의 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잡한 손 동작으로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영화에서는 궁중 음악 장면이나 종교 의식 장면에서 타블라가 사용되며, 배우 Hrithik Roshan이 황제 아크바르로 출연하여 전통 악기의 권위와 장엄함을 극적으로 전달합니다. 타블라의 리듬은 이야기 전개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인도 전통 문화의 정수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카투아’ - 서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젬베’

가나에서 제작된 독립영화 ‘카투아(Katwa, 2012)’는 도시 빈민가의 청소년들이 전통 음악을 통해 자아를 찾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의 중심 악기는 젬베(Djembe)입니다. 젬베는 서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로, 나무 몸체에 염소 가죽을 씌운 드럼입니다. 손으로만 연주하며, 다양한 타격 방식으로 복잡한 리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카투아(니콜라스 오포쿠 분)는 거리에서 젬베를 연주하며 재능을 인정받고, 전통 음악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됩니다. 젬베 연주는 지역 공동체의 일상 속에서 사용되며, 영화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청소년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실제 전통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했으며, 음악과 사회적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결합되었습니다.

5. ‘더 레드 바이올린’ - 유럽 중세 악기 ‘비올라 다 감바’

‘더 레드 바이올린(The Red Violin, 1998)’은 한 대의 붉은 바이올린이 세기를 거쳐 여러 나라의 음악가들에게 전해지는 과정을 그린 예술 영화입니다. 17세기 오스트리아 장면에서는 중세 유럽 전통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가 등장합니다. 이 악기는 첼로처럼 생겼지만, 다리에 얹어 연주하며 여섯 줄 혹은 일곱 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 신부 역할을 맡은 Christoph Koncz는 실제 클래식 연주자이며, 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뛰어난 음악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비올라 다 감바는 당시 귀족과 종교 음악에서 자주 사용되었으며, 영화에서는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결론

이렇듯 전통악기는 단순한 소품이나 음악적 장치를 넘어, 영화 속에서 문화의 깊이와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악기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문화의 정서를 경험하고, 보다 풍성한 영화 감상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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